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는 단연코 '이사카 고타로'이다.
14살, 중학생 때 처음 책을 아주 많이 읽기 시작했던 시기부터 곧 33살이 되는 지금까지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었고, 감탄하고 감동받았지만
이사카 고타로만큼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작가는 없다.
오랫동안 꾸준하게 찾아 읽고 매번 감탄하고 즐겁게 읽은 덕분에
내 인생 BEST 100권의 도서 목록에는 그의 작품이 10권이 넘게 포함되어 있다.
이 번에 읽게 된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 또한 인생 100권에 포함시키려고 한다!
글 초반에 너무 팬심을 드러낸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이 감정을 모두에게 몇 번이고 전달하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가 없다.
이 책을 <이사카 고타로의 최초의 연애 소설집>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나는 '그런 느낌이 살짝 나는 이사카 고타로 책이네'라고 느꼈다.
그러니 일반적인 '연애 소설'을 상상하고 책을 고르지는 않는 편이 좋다.
사랑을 하는 상황이나 감정보다는
그 사랑을 바라보는 사람의 개성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점이
정말 이사카 고타로 답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다.
작가 후기에 의하면 이사카 고타로 본인은 연애소설이 쓰기 힘들다는 뉘앙스로 이야기했지만,
그런 그의 성향이 어느 소설과는 다른 느낌의 그만의 소설을 만들어가고
연애소설 또한 남다른 느낌이 들어서 더 좋다.
누구를 열렬히 사랑하고, 아름다운 배경 속에서 운명적인 만남이 있고,
가슴 아픈 이별이 있고, 소통이 안 돼서 미워하고... 그런 이야기들이 없는 것이 좋다.
아니, 똑같이 그런 상황이 책 속에서 등장하더라도
이사카 고타로만의 유쾌함으로 그런 상황들과 감정들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 책은 연작소설로 총 6편의 이야기가 있다.
처음 읽은 그의 소설 <칠드런>을 읽었을 때만큼 감명(?) 받았다.
모든 인물은 평범한 사람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인생의 역사가 있고,
또 그 사건 속에서 개성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소소한 개성들이 너무도 재미있고 매력적이다.
마지막 단편 <나흐트 무지크>를 제외하고,
각 단편들은 잡지나 싱글 집에 실렸던 책들을 엮은 것이지만,
모든 인물과 이야기들이 연결되어 있는 점이
정말 <이사카 월드>답다.
등장한 인물 하나하나를 그냥 놓쳐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독특한 매력을 가진 작품들이다.
이번에는 그저 스쳐 지나갔지만,
다른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될지 모르는 그런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스포일러가 될지 모르지만,
책 속에서 몇 가지 좋았던 부분을 소개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책을 보통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후 좋으면 구매하는데,
이 책 역시 빌려 읽은 후에, 곧바로 구매했다.
지금은 책을 반납하기 전이기 때문에, 내 책상에는 두 권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가 있다.
"너, <토이 스토리>도 안 봤냐?"
가즈마는 입을 떡 벌리더니 경멸, 아니, 안쓰러워하는 눈빛을 보냈다.
"만화?"
못생긴 우주 비행사처럼 생긴 그 장난감을 바라보며 나는 그렇게 물었다.
촌스럽기 짝이 없는 생김새였다.
"애니메이션 말이야. 너 <토이 스토리>도 안 보고 죽을 작정이었어?"
"그런 명확한 신념을 품은 적 없거든."
<아이네 클라이네 36-37 Page 中>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 그때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예상하지 못했던 불청객이 찾아온 것이다.
나는 새된 비명을 지르며 휴대전화를 던졌다.
그리고 벽을 타고 이동하는 번들거리는 검은 벌레를 바라보았다.
재빨리 대각선으로 움직이는가 싶더니,
딱 멈춰서 주변 상황을 모두 관찰하듯 섬뜩한 태도를 취했다.
휴대전화를 황급히 주워 귀에 대자 수화기 너머에서 남자가
"무슨 일이에요? 괜찮아요?" 하고 당황한 듯 외쳤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검은 벌레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말했다.
"아니에요, 그놈이 나왔을 뿐이에요."
"그놈요?"
"스스륵 움직이는 까만 벌레요." 이름을 부르면 나까지 저주받을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수화기 너머의 그는 당연하다는 듯 "아, 바퀴 벌레요"하고 말했다.
"바퀴벌레가 나왔습니까?"
"처음 봤어요, 정말요. 새로 지은 집인데."
바퀴벌레가 나오는 집에 사는 줄 오해할까 봐 나는 어느샌가 변명을 둘러대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벌레를 보고 나는 비명을 질렀다.
"그냥 잡아 버려요."
남자는 반쯤 웃고 있었다.
"잡으라고요? 어떻게요?"
"신문지를 돌돌 말아서요."
"물리적인 공격은 못 해요."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내리쳐서 죽이다니, 그런 끔찍한 일을 어떻게 하란 말인가.
"죽은 시체는 어떻게 하라고요?"
"그럼 화학적 공격으로 나가야겠네요. 스프레이를 뿌려요."
"없는데요."
"그럼 편의점에서 사 와요."
"사 오는 동안 다른 데로 가 버리면 무섭잖아요."
나는 몸을 움츠린 채 벽에 붙었다. 위험하다. 이 방은 완전히 점령됐다.
저놈에게 빼앗겼다. 반쯤 진심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창문을 열고 나가라고 비는 건 어때요?"
"그게 좋겠네요."
"친구를 더 데려올 가능성도 있지만."
남자의 말에 나는 진심으로 화를 냈다.
"재수 없는 소리 마요!"
<라이트헤비 65-66 Page 中>
"우리는 사랑이네 연애네, 이겼네 졌네 실랑이하느라 바쁘지.
누군가가 눈물 흘리면 나도 우는 척하지. 그러다 잊어버리겠지,
잊어선 안 되는 일까지. 누가 어떻게든 하겠지, 그리고 넌 어디로 가려는 거니?'
무슨 뜻인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나는 "그러게요"하고 대답한 뒤
실내복 차림으로 편의점에 들러 고기만두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라이트헤비 91 Page 中>
"후지마, 잘 들어. 부부 문제는 외교야, 외교. 여자는 종교도, 역사도 다른 외국이라고 생각해야 해.
그런 사람들끼리 한 지붕 아래에서 살 부비며 살려면 당연히 외교적 교섭 기술이 필요하지.
첫째, 의연한 태도. 둘째, 상대의 면을 세워 주면서. 셋째, 확답은 하지 않는다. 넷째, 국토는 수호한다.
알겠어? 이혼도 하나의 선택지야. 함께할 수 없는 타국과는 거리를 두는 게 국민을 위해서도 좋지."
후지마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과장의 경박하고 어처구니없는 이야기가 내심 고맙기도 했다.
<도쿠멘타 116 Page 中>
"일전에 마누라랑 애들을 데리고 디즈니랜드에 갔어. 요새는 디즈니 리조트라고 하지?
마누라하고 딸이 좋아해서 따라갔지."
"자상하시네요."
"이것도 다 외교야." 과장은 그렇게 말했다. "퍼레이드를 하더군. 마지막에는 미키마우스가 사람들
앞을 지나가면서 손을 흔들었어."
"맞아요, 그랬었죠."
"나도 별생각 없이 같이 손을 흔들었어. 미키가 손을 흔드는 동안 계속."
"그게 왜요?"
"미키가 사방을 보며 계속 손을 흔들더라고, 그게 쉬운 일이 아니야.
이렇게 손을 흔드는 게 생각보다 힘들어. 한 번 해 봐."
후지마는 당황했지만, 과장의 말대로 오른손을 10초쯤 흔들기만 했는데도 손목이 얼얼했다.
"그렇게 힘든데 미키는 계속 손을 흔들고 있는 거야. 참 대단한 녀석이지.
아무리 직업이라도 웬만한 정신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직업이라뇨......"
"게다가 그 녀석, 낯빛 하나 변하지 않더라니까."
<도쿠멘타 120-121 Page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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